“모든 분야에서 여성들에게 선한 영향력이 되고 싶습니다” 허휘수 동문 인터뷰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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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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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와 무대, 화면 속을 넘나들며 숙명여대의 연예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다재다능 그 자체인 우리대학 출신 동문이 있다. 바로 휘슬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댄서이자 소그노(SOGNO)’ 영상제작소의 대표인 허휘수 동문(정책대학원 프랑스문화매니지먼트17)이다. ‘앓다 죽을 허휘수로 불리기도 하는 허 동문의 재학 시절 모습과 더불어 지금의 허휘수라는 사람을 만들 수 있었던 숙명여대에서의 경험들에 대한 유쾌하면서도 진솔한 이야기를 듣고자 숙명통신원이 직접 만나보았다.

 


 

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나노물리학과를 졸업하고 17년도부터 정책대학원 프랑스문화매니지먼트학과에 재학 중인 허휘수입니다. 저는 현재 댄서로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고요, 최근에 여성가족부형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된 주식회사 소그노(SOGNO)’ 영상제작소의 대표이기도 합니다.

 

2. 학교 공식 인스타와 유튜브, 각종 커뮤니티에서 동문님의 인기가 나날이 뜨거워지고 있는데요, 인기를 실감하시나요?

 

(웃음) 스스로 인기를 실감했다기보다는주위 사람들로부터 인기 많더라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사실 저는 제 춤 영상이 숙명여대 공식 인스타 피드에 올라갔을 때 영상 제목에 놀랐었어요. 제목이 봐도 봐도 좋은 허휘수, 앓다 죽을 허휘수였는데요(웃음), 특히 공식적인 학교 계정에서 이러한 문구를 사용하신 부분에서 놀랐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분들 뿐만 아니라 이 계정을 관리하시는 우리대학 직원 분들과 교수님께서도 나를 공식적으로 인정해 주시는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제서야 제 인기를 실감했습니다.

 

3. 동문님의 학부 시절 전공(나노물리학과)과 다소 성격이 다른 프랑스문화매니지먼트 석사 과정을 현재 밟고 계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원래 과학 분야를 좋아해서 고등학교 때도 이과였고, 만약 대학원에 가게 된다면 환경공학과에 진학하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과의 끝이라고 할 수 있는 물리학과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을 가지고 이 전공을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릴 때부터 춤을 정말 좋아했었고, 교내 중앙댄스동아리 맥스(MAX)’에 들어가면서 학과 공부를 거의 안 하게 됐죠. 교수님들과 학문에 대한 존경심만 풍부했습니다.(웃음)

 

그 당시에는 춤 활동을 위주로 하면서 문화예술 기획팀에서 강연, 공연, 그리고 각종 행사 기획에 참여를 많이 했어요. 그러다가 당시 프랑스언어·문화학과 문시연 교수님께서 주최하신 문화교류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그때 교수님 지도 하에 세네갈에서 세 번 정도 공연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대학 졸업 이후의 계획 관련해서 고민을 하던 찰나에 교수님을 한번 뵈러 갔었는데, 그때 제가 졸업 이후에도 돈을 벌면서 계속 춤을 추고 싶다라고 말씀드렸더니 교수님께서 대학원에서 문화예술 분야를 더 공부해보는 것을 제안하셨습니다. 제가 문화예술 활동경험이 있기도 했고, 문화예술 분야 구조상 저 같은 학생들이 기획 대표자들로부터 자문을 구하기에 힘들다는 것을 깨닫고 스스로 기획에 대한 가르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마침 여러 면에서 상황이 잘 맞아떨어져 프랑스문화매니지먼트학과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이 전공을 공부하고 조교 일도 하면서 여러 가지 배운 점들이 많다고 느껴요. 조교 당시 했던 사무 정리와 행정업무들이 지금 제가 일하는 데에 튼튼한 발판이 되어준 것 같기도 하고요.

 

4. 동문님은 재학 시절 어떤 학생이셨나요?

 

학부 시절 제 모습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해오라는 것은 안 하며 교수님에 대한 존경심만 있는 학생이었어요. 재밌는 책을 많이 읽으며 정말 자유분방하게 살았던 것 같습니다. 동기들이 휘수야 너 어떻게 하려고 그래라며 걱정해줄 정도였어요.(웃음) 그래서 저는 대학원 면접에서 내 학부 성적이 안 좋은 이유는 결과적으로 이 분야에 잘 맞다는 것을 반증한다이렇게 어필했죠. 제 포트폴리오를 보여드리면서요.

 

대신에 저는 학부 시절에 교양 수업들을 정말 재밌게 들었어요. 보통 학생들은 소위 말하는 성적 받기 쉬운 꿀강을 전략적으로 찾아 듣는데, 저는 영화/비평 수업, 철학처럼 제가 듣고 싶은 수업 위주로 들었습니다. 역시나 재밌게만 듣고(웃음) 과제나 공부는 성실하게 못했어요. 아 물론 <교양 재즈댄스> 수업은 A+ 성적으로 마무리했습니다. 당시 시험 주제가 자유롭게 춤을 창작할 수 있었던 터라 아무래도 제가 제일 자신 있는 분야이기도 했고요.(웃음)

 


 

5. 학교 공식 SNS 계정에서 동문님의 뛰어난 춤 실력을 선보이는 숙풍당당영상이 숙명인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었는데요, 재학 시절 동문님의 학업과 춤 활동을 병행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학업과 춤을 병행하는 데 왠지 어렵지 않았을 것 같지 않나요?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공부를 정말 안 했으니까요(일동 웃음). 저는 거의 춤만 췄던 것 같은데, 이 부분에 후회는 없습니다. 재학 시절 때부터 외부활동을 많이 하는 동시에 안무도 많이 창작하곤 했어요. 학점으로 빗대자면 학교 수업을 20학점만큼 듣고, 춤 연습을 30학점만큼 했다고 할 수 있죠. 공연도 정말 많이 뛰었는데, 공연 하나를 위해 주말까지 바쳤습니다.

 

6. 재학 시절 중 가장 애정을 가지며 임했던 학교 활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고민할 필요 없이 역시 ‘MAX’입니다. 제 학교생활의 거의 전부를 차지할 정도로 열심히 임했다고 자부합니다. 최근에 진행한 정기공연에서도 13기로서 기수 공연에 참여했을 만큼 MAX에 대한 애정은 현재형입니다. 그만큼 내 뿌리는 MAX라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어요. 사실 댄서로서 활동을 계속 이어가다 보니 옛날처럼 MAX 후배님들과 자주 교류하지는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조교로서 수업 때 후배님들을 마주치게 되면 겉으로는 티가 안 나도 속으로는 정말 반갑죠.

 

7. 동문님께서 안무를 창작하실 때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으시는지 궁금합니다.

 

제 경우에는 영감을 얻는 방법이 정말 다양해요. 영화를 보다가 영감을 얻기도 하고, 때로는 친구와 이야기하거나 어떤 영상을 보다가 아이디어를 얻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저는 창작을 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많은 데이터베이스를 꾸준히 쌓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소설 한 편 쓰기 위해서 약 천 권의 책을 읽어야 되는 것과 마찬가지죠. 그래서 안무를 창작하기 위해서는 우선 춤과 안무창작에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남의 것을 그대로 따라하면 안되지만, 저는 다른 안무가들의 영상들을 조금씩 참고하면서 혼자 연구하는 방법도 좋은 것 같아요. 자신만의 롤모델도 만들면 좋겠습니다. 저는 아직 저만의 롤모델이 없어서 내가 추구하는 스타일이나 방향성은 무엇인가스스로 고민한 적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그냥 제가 하는 일이 저만의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분야이든 상관없이 하면 할수록 더 어려워지는 법인데, 저에겐 안무창작과 춤이 그런 경우인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일을 정말 오래 하고 싶기 때문에 제가 수강생들에게도 강조하는 말이지만 몸을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8. 굉장히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계시는데요, 숙명에서의 학교 생활 중 지금의 동문님을 만들 수 있었던 특별한 경험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일단 제가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학교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학교가 아니었으면 내가 이렇게까지 생각이 깊어질 수 있었을까싶어요. 숙명여대가 우리대학이라는 사실이 정말 감사하고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어요. 보통 우리가 성장기가 끝나고 나서 대학에 진학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가장 많이 자랄 수 있었던 공간이 대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자아를 형성할 수 있게 도와준 곳이 숙명여대이고 그게 우리 학교라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9. '휘슬이라는 이름으로 교내외에서 댄스 공연 활동을 활발히 이어가고 계시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 활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가 미리 고민을 해봤는데 바로 딱 생각나는 게 없더라고요. 너무 많은 공연을 하기도 했고요.(웃음) 공연을 너무 많이 하다 보니까 가장 기억에 남는 걸 고르기가 아무래도 많이 고민이 되네요. 일단 우리 학생 분들이 MAX를 너무 좋아해 주셔서 학교에서 공연하면 기억에 많이 남아요. 존재만으로도 든든한 학생 분들이 공연을 좋아해 주시고 즐겨 주시는 모습을 보면 가장 기분이 좋기도 하죠. 학교가 아닌 다른 곳에서 공연을 하더라도 우리 학생 분들이 직접 공연을 보러 찾아와 주시고 응원해 주시니까 되게 든든한 지원자 같은 느낌이 많이 듭니다.

 

그리고 사실 축제 공연이 되게 재밌어요. 보시는 분들도 저랑 같이 느끼실지 모르겠지만 공연을 직접 하는 입장에서 관객 분들의 반응이 진짜 좋아요. 즉각적으로 그 뜨거운 반응이 느껴지기 때문에 우리 축제인 청파제 공연은 꼭 한 번 더 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저에게 의미 있는 공연이에요. 또 지금 여성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데, 준비하면서 되게 의미가 깊다고 생각하고 개인적으로도 많이 기대되는 부분인 것 같아요.

 

10. 하고 있는 다양한 활동 중 가장 보람을 느끼는 일과 반대로 힘든 일은 무엇인가요?

 

일단 지금 가장 몰입하고 있는 활동이 소그노입니다. 영상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고, 우리 이야기에 공감해주는 분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어서 되게 보람을 느껴요. 또 여성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하고 있고, 앞으로도 할 예정이고요.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많이 만들고 관련 활동들을 많이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페미니스트 댄서로서 여성 아티스트 공연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도 사실 소그노를 통해서 얻게 되었는데요, 같이 공연을 기획하는 분들을 소그노를 통해서 알게 되었고, 덕분에 말생동’, ‘행온등 다양한 페미니스트 여성 아티스트들과 모여서 기획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소그노는 저에게 여러 기회를 준 소중한 곳이기도 하죠.

 

반면, 아무래도 제가 일정이 너무 많다는 게 힘든 점인 것 같습니다. 듣기만 해도 뭔가 많지 않나요? (웃음) 사실 이게 제 일정을 다 말씀드린 것도 아니거든요. 아무래도 이런 저런 활동들을 많이 하다 보니까 항상 일정이 꽉 차 있고, 쉴 시간이 많이 없다는 점이 힘들다고 할 수 있겠네요.

 

11. 지금까지 시도하지 못했던,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하고 싶은 일이 많은데, 대부분 어떤 것을 표현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제가 글을 쓸 수 있어도 좋을 것 같고, 연기를 해볼 수 있는 경험이 있어도 좋을 것 같아요. 아티스트로서 최대한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죠. 디자인, 영상 제작, 촬영 등 모든 일을 아우를 수 있게 말이에요. 그렇지만 지금은 제가 하고 있는 일에 최대한 집중하려고 해요.

사람마다 각자 스타일이 있잖아요. 한 분야를 열심히 발전시켜서 높게 쌓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저는 되게 정글짐 같은 스타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분야를 다양하게 경험하며 모두 위로 발전시키고 있으니까요.

 


 

12. 동문님의 사명은 무엇인가요?

 

제가 최근에 50대가 되면 무엇을 하고 있을 것 같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어요. 제가 지금은 영상 기업의 대표로 일하고 있거든요. 그렇지만 불과 2년 전만 해도 제가 이 일을 하게 될 줄 몰랐죠. ‘무언가를 목표로 세운다고 해서 그걸 무조건 이룰 수 있을까? 반대로 이루지 못한다고 하면 그 삶은 나쁜 삶인가?’ 그렇게 단정지을 수는 없어요. 그래서 제가 당장 내년에 뭐가 되어있을지 모르지만, 이제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어요. 전 여성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무언가를 하고 있을 거예요. 그리고 저는 점점 더 여성들을 위한 활동들을 하고 있을 겁니다. 그게 영상 제작이 되었든 개인적인 사업이 되었든 말이죠. 제 스스로가 늘 여성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다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13. 동문님께 숙명여대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궁금합니다.

 

한 마디로 숙명여대라서 참 다행이다. 숙명여대란 나에게 숙명이다라고 마무리 지을게요.

 

취재: 숙명통신원 17기 정세린(영어영문학부 17), 18기 유혜지(영어영문학부 18)

정리: 커뮤니케이션팀